파리 마레지구 카페 레이첼스 케이크(Rachel's Cake) 리뷰 / Dorothee Meilichzon

2015. 2. 4.

분명 인테리어 디자인 학부가 존재하지만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기위해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테리어 디자인 전공자로서는 즐겁지만은 않지만, 그래서 이 분야가 더 즐거운 것같습니다. 최근 관심있게 지켜본 서울의 카페 두 곳이 있는데 모두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가 인테리어까지 도맡아 한 매장입니다. 코코브라우니 홍대입구역점 2층을 레노베이션한 디자인 메소즈(Design Method)와 보버라운지를 디자인한 최중호 디자이너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보버라운지 경우에는 최중호 디자이너가 박성현 공간디자이너와 협업하긴 했지만 제품부터 인테리어 전반에 걸쳐 작업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디테일이 치밀하고 풍부합니다. 테이블 바의 테두리 마감, 손잡이, 난간, 몰딩을 하나하나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지난 파리 출장에서 맛있는 디저트 카페를 찾았습니다. 

마레지구에 있는 레이첼스 케이크라는 곳인데 제품디자인을 공부한 도로시 메일리츤(Dorothee Meilichzon)이 디자인했습니다. 그녀를 알게된 것은 메종&오브제 파리 2015 올해의 디자이너로 오키사토와 함께 선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메종&오브제 1월 전시가 제품디자인에 무게를 싣고, 9월 전시가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에 무게를 싣는다는 점에서 9월에 열릴 전시에 올해의 디자이너로 참여할 그녀는 제품보다는 인테리어 분야에서 인정받은 것입니다. 그러니 안가볼 수 없는 곳이었죠.









그녀의 이력은 독특합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 장난감 디자인을 전공하고 트렌드 분석가의 마인드로 2009년 자신의 이름을 따 'CZHON'이라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설립해서 활동했습니다. 장난감 디자인을 전공해서 그런지 크래프트맨쉽이 강하고 아기자기한 소품을 잘 다룹니다. 플리마켓에서 추억을 자극하는 공예품을 부지런히 조사하는 그녀는 그것들을 통해 재치있고 역설적인 디자인으로 승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녀의 활동 영역은 파리는 물론 뉴욕과 런던 그리고 지중해 발레아레스 군도에 속하는 스페인 령의 섬인 이비자(Ibiza)에까지 이를정도로 광범위합니다.


이번에 다녀온 레이첼스 케이크 카페 외에도…

파리에 비프클럽(Beef Club), 피쉬클럽(Fish Club) 레스토랑을 디자인했고 호텔 파라다이스와 그곳의 카페 핀슨(Hotel Paradis & Cafe Pinson)을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피쉬클럽도 직접 가서 점심식사를 하려 했지만 오픈시간임에도 문을 닫아 아쉽게도 발길을 돌렸습니다. 레이첼스 케이크 카페에는 일요일 오후에 방문했는데 브런치도 판매하고 있더라구요. 케이크 카페라길래 디저트만 있는 줄 알았는데 브런치도 시도해볼껄 그랬습니다. 주말이라그런지 손님이 엄청 붐볐구요 혼자 방문했음에도 20분정도 기다려야 했습니다. 매력적인 직원들은 엄청 친절했고 영어도 잘 구사해 부담없이 영어로 주문 할 수 있었습니다. 에스프레소와 플레인 치즈케잌을 먹었는데 디저트로 딱이었습니다. 근처 책장 오에프알(Ofr.)에서 책을 사서온터라 따듯하게 실내에서 독서할 요량이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오랫동안 공간을 즐기지는 못했습니다.










최근 많은 카페들이 미술관처럼 화이트 큐브로 마감하는 경향이 있는 것같습니다.

경기가 침체되고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 디자인이 유행하며 전문가에게 맡기기보단 불필요한 마감은 최대한 배제하고 말끔하게 정리하는 미니멀리즘 경향이 강세였죠. 요즘 너무 그런 카페들에 중독되어서 일까요? 그녀의 공간을 즐기고 나니 절제된 풍부함이 계속해서 머물고 싶은, 또 가고싶은 매력으로 가득했습니다. 조명, 테이블, 의자, 소파, 바, 쇼윈도, 그래픽디자인까지 그녀의 손이 모두 닿은 곳이죠. 인테리어 디자인의 묘미라 할 수 있는 동선도 재미있었는데요, 1층에는 커피머신만 두고 나머지는 지하 키친에서 요리해서 서빙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최근 방문한 보버라운지도 바를 음료제조에만 집중하고 주방을 뒤로 숨겼는데 두 매장의 동선을 비교해 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직원은 다소 불편할 수 있겠으나, 직원의 분주한 모습에 실내가 활기차게 느껴지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어느곳에 더 가치를 두고 설계하는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몫이겠죠.


그녀의 더 많은 디자인 이미지는 잘 꾸며지진 않았지만 홈페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도 하니 팔로우하면 최신 정보를 알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는 런던 쇼어디치에 작업중인 것 같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