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림건축문화재단 서울시립미술관 협력적주거공동체 CO-LIVING SCENARIOS 전시 리뷰

2014. 12. 14.



집에 대한 관심은 대학에 들어와 자취하며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 관심은 지극히 개인적이었죠. 집을 사회적으로 확장해 생각해 보게된 것는 안그라픽스에서 출판한 야마모토 리켄의 '마음을 연결하는 집'을 접한 후 입니다. 그 시점이 직장을 구하고 직접 번 돈으로 월세를 내기 시작했을 때니 시간이 지날수록 집에 대한 생각이 과거의 감상적 관점과 현재의 현실적 관점이 뒤엉키는 과정에 있습니다. 집에 대한 생각을 증폭시킬 2개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정림건축문화재단 서울시립미술관 협력적주거공동체 CO-LIVING SCENARIOS 전시 리뷰


전시명 : 협력적주거공동체 Co-Living Scenarios

전시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 3층

관람시간 : 화-금 오전 10시~ 오후8시 / 토, 일, 공휴일 오전 10시~ 오후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 무료














정림건축문화재단이 기획하고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중인 협력적주거공동체 코리빙시나리오즈(CO-LIVING SCENARIOS) 건축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금요일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전시인 '즐거운 나의 집'을 보고 난 바로 다음에 이 전시를 방문해서 서로 연관지어서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어제 토요일에 사회학자, 건축가, 정책연구자가 참여한 패널토크에도 참여해 생각을 확장했습니다.


협력적 주거 공동체 전시는 앞으로 1인가구가 급증하는 사회에는 가족중심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집의 형태가 적합한가?라는 의문에서부터 시작합니다. 1인가구는 저의 졸업작품인 '컨테이너스 한옥'의 주제이기도 해서 더 관심있게 본 전시입니다. 저는 1인가구의 문제를 시장의 논리로 해결하려 했습니다. 대구 도심에서 멀지 않은 농촌에 있는 집을 채류형 주말농장으로 개조해 이를 운영하는 1인 가구 노인은 외로움을 달래고 방문객에게는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안이었습니다. 이외에도 한옥을 현대적으로 바꾸고 업사이클링하는 개념까지 넣어 상당히 많은 내용을 욕심내 담으려고 했었습니다.


다시 전시로 돌아가죠. 정림건축문화재단에서 생각해 본 미래형 주거공간은 '함께 살기'입니다. 공유경제의 연장선으로 보면 쉽게 떠오를 것같습니다. 관심있게 보고 있는 '우주(WOOZOO)'라는 쉐어하우스 브랜드나 '통의동 집'또한 이 함께 살기의 가장 기초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전시는 황두진, 조재원, 조남호, 유결, 신승수·유승종, 김영옥, 김영철 등 건축가를 통해 9개의 미래형 협력적 주거 공동체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제가 관심있게 본 것은 조남호 건축가의 '수직마을 입주기'였습니다. 아마 제가 졸업작품에서 밝혔듯 시장경제의 논리를 공유주거공간으로 확장한 안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구체적인 가격산정까지 제시해 꽤나 현실감있었습니다. 그 외에 와이즈아키텍츠 김영철 소장님과 PaTI가 함께 설계 시공 그리고 생활까지 한 내용을 영상으로 전시한 '파티집 다큐멘터리'정도가 관심을 끌었고 그 외엔 그냥 그저그랬습니다. 저런 시도도 생각해 볼 수 있겠구나 정도였습니다. 기획은 1년전 부터 했고 실질적인 리서치 및 전시준비기간은 4개월 정도라고 하니 내용의 깊이가 부족한 것일수도 있겠습니다. 


패널토크를 듣고서 멘붕이었습니다. 멘붕이 찾아왔다는 건 그만큼 생각확장의 가능성을 여러 방향으로 열어본 시간이었다는 긍정적인 뜻입니다. 음 패널토크를 마치고 든 생각은 협력적주거공동체에 대한 부정적인 어떤 것입니다. 사실 우주 쉐어하우스 같은 경우는 하숙집을 여러채 운영하는 브랜드일 뿐 완전히 다른 모델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시도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론 알맹이 보단 구호만 난무할 뿐이죠. 그리고 다분히 상업적인 면모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패널토크 에서 알게된 부산 '일오집'은 정말 행복해 보이는 협력적 주거 형태였습니다. 학부모를 중심으로한 협동조합으로 15가구가 함께 돈을 모아 땅을 사고 집을 지어 함께 살고있고 이것이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내부 규정도 만들어 시스템을 발전시켜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발표자에 따르면) 매우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이도 학부모 협동조합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지 보편화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강력한 커뮤니티가 아닌이상 지속가능하기 힘들죠. 삶이라는게 변수가 너무나 많습니다.


정리되지 않고 계속해서 떠오르는 생각을 억지로 엮으려니 두서없는 글이 되었습니다. 아니면 전시가 두서 없었던 것일까요? 함께 산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합니다. 혼자 만의 공간을 어느정도 포기하고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사생활 등을 어쩔수 없이 공유하고 희생해야 합니다. 그것이 집값이 싸다는 것에 대한 희생으로 여겨질 수도 있고 타인과 함께살며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인간적인 힐링에 대한 희생이 될 수도 있죠. 그럼에도 전시가 의미있는 것은 현재의 집의 형태는 사회와 단절된 개인을 조장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고 이를 바꾸려는 시도라는 점입니다. 공간이 사람의 생활과 사고방식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반면 공간은 부수적인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생활과 사고방식입니다. 공간도 공간이지만 개인의 생활을 가꾸려는 노력이 어쩌면 더 절실한지도 모릅니다. 당장 동네 주민과 간단한 인사를 통해 관계성을 회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한 물리적인 공간은 무의미 해 질수도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전시를 감상하고 느낀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돈을 많이 벌어서 결혼하고 자식과 함께 죽을 때까지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물론 전시 주제에선 벗어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