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B 로컬마켓 리뷰

2014. 10. 14.


 

페이퍼B 로컬마켓 리뷰

 

발간 1주년을 맞는 페이퍼B는 스페셜에디션으로 로컬마켓을 조명한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상권을 하나의 브랜드로 본 것이다. 애초 페이퍼B가 창간됐을 때 '국내 비즈니스 지형도를 그린다'는 비전을 내세웠는데 어떻게 보면 비전에 더 다가선 듯하다. 그런데 이번 스페셜에디션을 끝으로 페이퍼B가 끝난다 매거진B 트위터 계정을 통해 확인했다. 매달 페이퍼B를 보며 브랜드 하나하나를 알아가던 독자로서 아쉬운 소식이다. 더 발전된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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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로 본 상권


앞서 말했듯 로컬마켓을 브랜드로 봤다. 대표적인 로컬마켓 세 곳 경리단길, 도산공원, 한남동을 다뤘다. 경리단길은 이태원 중심지에서 파생한 대체상권으로, 도산공원은 강남의 작은 녹지대를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는 상권으로, 한남동은 ‘대표 부촌’의 이미지 아래 수평적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권으로 분석했다.

 

경리단길


단순히 자본의 논리로 설명하지 않고 동네의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로컬마켓의 특징을 조명했다. 경리단길은 복잡한 이태원 중심에서 벗어나 여유롭고 한적한 분위기를 즐기려는 젊은이의 문화가 움트고 있다. 변화하고 있는 경리단길의 분위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고 장진우식당의 장진우 대표, 까올리 포차나 민필기 대표, 서울살롱 한정현 대표의 인터뷰를 담아 직접 로컬마켓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도산공원


도산공원은 높은 빌딩 숲으로 가득한 강남의 작은 공원 주변으로 명품 브랜드가 하나둘 입점하며 럭셔리하고 프라이빗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 뒤로 작은 부티크숍과 테라스형 카페가 들어섰다. 일대에서 10년간 숍을 운영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마켓 한태민 대표의 인터뷰가 실렸다. 자신의 숍의 정체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장소’를 물색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무엇(What)을 파느냐 만큼 어디서(Where), 어떻게(How), 왜(Why) 파느냐가 브랜드 정체성에 중요하다.

 

그리고 한남동


한남동은 JOH 제이오에이치의 사옥과 제이오에이치가 주도한 도심 재생 프로젝트 ‘리플레이스’가 이뤄진 곳이기도 하다. 이태원 상권을 한남동으로 묶었고 한남대로와 복잡한 도로로 인해 단절된 상권 이야기를 담았다. 대표적인 부촌인데 반해 서민적인 마켓도 함께 공존하고 있어 정체성이 모호한, 어쩌면 아직 마켓의 성격이 명확하지 않은 로컬마켓이다. 그런 만큼 부동산개발 및 컨설팅을 하는 류상엽 대표가 인터뷰이로 참여해 이야기를 더했다. 현대카드 공연장, 대림미술관 분관 등 앞으로 변화할 모습이 기대됐다. 어떻게 보면 제이오에이치와 카인드가 한남동을 주도적으로 재개발하는 느낌인데 이는 소상인의 창의성이 모여 다양한 매력을 지닌 동네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경리단길과는 정 반대의 과정에 있다. 한남동이 매력있게 성장할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밌겠다.

 

그외에도

 

그외에도 연남동, 서촌, 성수동과 같이 새롭게 뜨는 힙한 상권을 다룬 'New Area'와 홍대앞, 삼청동, 가로수길 등 이미 포화상태가 된 오래된 상권을 다룬 'Old Area'를 더했다. '도시 건축의 새로운 상상력'의 저자인 서울 시립대 건축학 김성홍 교수와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못된 건축'의 저자 국민대 건축과 이경훈 교수의 강북과 강남 도시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를 병행해 실어 흥미롭게 읽었다.

다만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짧은 호흡으로 전하는 'User Interview'가 아쉬웠다. 각 파트별로 유저 인터뷰를 실었다면 좀 더 객관적인 로컬마켓분석이 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