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B ECM 리뷰

2014. 10. 5.

88 서울올림픽 이후에 태어난 나는 MP3에 익숙한 세대다. 굳이 88올림픽을 기준으로 세대를 나눈 것은 윗 세대들이 우리를 그렇게 부르기 때문이다. 서울올림픽 이후에 태어난 애가 벌써 대학생이야? 이런식으로. 아무튼 MP3에 익숙하고 스마트폰이 나온 후부터는 스트리밍에 익숙하다. 용량이 큰 MP3를 내 핸드폰에 넣고 다닐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 만약 내가 '매거진B는 꼭 읽자'라는 마음이 아니었다면 이번 ECM편은 사보지 않았을 것이다. JAZZ, 클래식, 레코드음반. ECM이 갖고있는 키워드는 나와 코드가 전혀 맞지 않는듯 보인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똑똑한' 음악 소비 세대인 나는 '고지식한' 음반제작사 ECM에 매우 끌린다. 이 얘기를 꺼내야겠다. 나는 한때, 꽤 오랫동안 월간윤종신 빠였다. 윤종신의 음악을 중심으로 김동률, 토이, 유희열, 패닉, 이적의 음악 감수성에 깊이 빠졌었다. 과거형으로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의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해지하고 난 후로 최신 음악을 잘 듣지 않지만 이번에 나온 김동률의 동행을 다운받아 들으며 또한번 음악의 감동을 느낀다. 아마 이런 감수성의 연장선상에 ECM이 있지 않을까? 마치 모든 냇물과 강물이 바다에 맞닿듯 말이다. 언젠가 한적한 토요일 내 방에서 혼자 ECM을 들으며 ECM을 알게해준 매거진B에게 고맙다고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표지사진 출처 www.magazine-b.com

 

 

브랜드를 닮은 콘텐츠 구성

 

매거진B는 진행과정에서 브랜드의 협조여부에 따라 콘텐츠 파워가 달리진다. 예를들면 해당 브랜드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룬, 그래서 창업자나 대표가 직접 인터뷰까지 한 인텔리젠시아나 레페토, 스노우피크의 경우가 있고 그렇지 못했던 경우도 있다. 이번 ECM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경우다. 아쉬운건 사실이지만 매거진B는 그 아쉬움을 충분히 매꾸기위해 노력한다. ECM의 설립자 만프레드 아이허(Manfred Eicher)의 각종 인터뷰에서 한 말을 모았고 재즈비평가 김현준 최규용과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왔다. 무엇보다 JTBC 디자인센터장 남궁유의 에세이가 ECM을 다루는 편 답다고 느낄만큼 좋았다. 사진가이기도 한 그는 실제 ECM의 앨범재킷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하니 그의 글과 사진에서 ECM이 느껴지는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매거진B│ECM 리뷰

 

서문이 길었다. ECM은 음반 프로듀싱 브랜드다. 섬세한 사람은 느꼈겠지만 이번 편은 다른편보다 좀 세련됐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전편과는 다르다. 누군가 그 이유를 재즈음악이라는 고상한 분야의 브랜드를 다뤘기 때문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동안 다뤄온 단순 제품을 생산해온 브랜드들과 달리 '프로듀싱'하는 브랜드를 다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진일보한 느낌. 모든 앨범을 직접 프로듀싱하는 만프레드 아이허 대표의 역량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음반계의 스티브 잡스로 보면 쉬울 것같다.

 

음악 전문가, 애호가들의 ECM에 대한 사랑을 풍부하게 담았다. 그들이 가상으로 만든 컴플레이션 앨범, 내게 ECM은 ~이다, ECM에 영향을 받은 크리에이티브 피플 등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브랜드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을 통해 ECM이 얼마만큼 영향력있고 존중받는 브랜드인지 알 수 있다. '퍼스팩티브 Perspective'에서는 재즈 레코드숍 대표와 음반회사 대표의 브랜드에 대한 의견을 더했다.

 

다만, B는 할수있는한 다 한것처럼 느껴지지만 ECM 음악이 전하는 감동을 활자와 이미지를 통해 충분히 표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종이 매체가 가진 한계가 아쉽다. 여유있고 똑똑한 독자라면 ECM 음반을 사 들으며 매거진B를 즐겨야 한다. 나는 앞으로 차차 경험해 보도록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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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글─OBM의 제이오에이치.

 

"ECM이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왔다면,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에 가장 가까운 아름다운 디자인'을 하고싶습니다. 지금 제가 만들고 있는 많은 결과물이 세상에 불필요한 소음이 되어 본질을 보지 못하게 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발행인 조수용 제이오에이치 대표의 발행인의 글 일부다. 그의 글을 읽으며 이번 포브스에 실린 한국콜마 윤동한 대표이사의 인터뷰가 생각났다. 한국콜마는 한국의 대표적인 ODM 제조업체다. OEM이 공장시설을 갖추고 주문하는 대로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라면 ODM은 제조자가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새로운 제품을 제조함으로써 주문자에게 제품을 제안하는 형식이다. ODM 방식으로 다양한 화장품 회사에 납품하고 있으며 중국시장에서으로의 진출을 코앞에 두고 있다.인터뷰에서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을 묻는 기자의 말에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는 브랜드까지 책임지는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연구하고 개발하는 자체 상표생산방식인 OBM(Original Brand Manufacturing)의 언동력은 크리에이티브고 성공의 관건은 시장 통찰력이다."

 

많은 브랜드를 자신의 관점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제이오에이치.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단기간에 많은 브랜드를 내놓았다. 가장 최근에 외식업 분야는 트라이바(Tribar), 의류 분야에서는 워크앤레스트(Walk&Rest)를 론칭하고 멜로우슈즈를 내놓았다. 특히 이번에 출시된 워크앤레스트는 에드백과 달리 엉켜있는 브랜드 하이어키(Hierarchy)를 풀어냈다. 에드백은 매거진B를 발행하는-제이오에이치사의-조앤코브랜드의-에드백 오리지널과 듀플렉스-라는, 패션브랜드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기보다 제이오에이치가 했다라는 느낌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매거진B가 3년간 꾸준히 성장했듯 제이오에이치도 꾸준히 성장했다. 나는 윤동한 한국콜마 대표가 말한 OBM이 제이오에이치라고 생각한다. 제이오에이치는 이미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한걸음 뒤에서 더 성숙하게 브랜드를 키워나가는 제이오에이치의 모습을 즐겁게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