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미술관 ≪WATER 천진난만≫ 展

2014. 8. 28.

 

 

미술관으로 떠나는 물놀이

 

물은 일상에서 감성을 자극한다.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창문 밖을 바라볼 때, 물안개 속 새벽 산책길을 나설 때, 이른 봄 개울가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들을 때면 가슴 한편이 뭉클해진다. 특히 예술가들에게 물은 영감의 원천이 된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문학비평가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저서 ‘물의 꿈’에서 물을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상으로서 ‘나’와 ‘세상’ 더 나아가 ‘관객’과 ‘예술작품’ 사이에 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실제로도 많은 예술가가 물의 다양한 변용 가능성을 주목하고 작품으로 선보여 왔다.


현대미술작가 22인의 물을 모티브로 한 작품 40여 점을 소개하는 ‘Water 천진난만’ 展이 소마미술관에서 10월 26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순수함과 참됨이 흘러넘치는 상태’란 뜻의 ‘천진난만’이란 주제 아래 ‘비춰보기’, ‘얼음깨기’, ‘천진난만’, ‘워터리즘’, ‘워터토피아’의 5개 부문으로 구성된다. 여기서는 탄생·순환·재생·정화·화합·치유 등으로 확장되는 물의 이미지를 조각, 설치, 영상, 사진 그리고 회화 작품으로 선보인다.


물의 관념적 이미지를 형상화한 조각작품이 관객을 새로운 경험으로 이끈다. 야외 통로에 설치된 김창환의 ‘상어’는 공포의 상징인 상어를 허공에 풀어놓아 보는 이에게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김연의 ‘빛으로의 여행 03’은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든 배의 형상을 물과 빛의 속성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아롱거리는 물가 풍경을 연상시킨다. 샘을 모티브로 한 작품 세 점도 눈에 띈다. 김창겸은 돌 수조에 영상을 담은 작품인 ‘물그림자-사계절’을 통해 실제 같은 환영을 재현했고, 정기엽은 생수병으로 만든 우물 속에 빛과 수증기를 담아 전설에 나올 법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호의 ‘영원한 빛-야곱의 우물’은 무한한 듯한 푸른 빛의 우물과 천장 설치물의 과장된 그림자가 신비롭다. 물로 그림을 그린 송창애의 ‘물풍경 1401’, 안개가 만들어내는 판타지를 포착한 이기봉의 ‘기억의 뒤편’, 수영장에서 여가를 즐기는 현대인의 모습을 모티브로 한 이상원의 ‘여름’과 같은 평면작업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전시를 통해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영감을 얻는 자리가 될 것이다.

 

취재·심명보 | 문의·소마미술관 (02)425-1077 www.somamuseu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