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리뷰

2014. 8. 22.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대중이 좀 더 건축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줄곧 생각해 왔다. 건축이 아닌 건설에 지배되는 도시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하이라인 프로젝트를 보며 건축가가 아닌 시민의 힘으로 더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것에 감동하였다. 앞으로의 건축은 그래야 마땅하다.

 

한국 대중은 건축의 어디서부터 관심을 가지면 좋을까? 어디서부터든 관심을 두는게 중요하겠지만, 기왕이면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40년이 넘도록 ‘공간 사옥’으로 사용돼온 ‘아라리오 인 스페이스’는 한국 건축의 단면을 그대로 담은 기구한 건축이기 때문이다.

 

 

공간사옥, 한국 현대건축의 상징

 

공간사옥을 이야기하려면 건축가 김수근(1931~1986) 선생님부터 이야기 해야 한다. 대한민국 대표적인 1세대 건축가로 그의 영역은 건축을 넘어 문화 전반에까지 달했다. <국회의사당> 현상모집에 일등으로 당선하며 화려하게 등단한 그는 1961년 ‘김수근건축연구소’를 개소하고 <자유센터>, <세운상가>, <정동문화방송사옥>, <한국일보사옥> 등 당시로써 현대식 건물을 잇달아 설계했고 <국립부여박물관>에서는 한국 건축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1966년 월간지 <공간>을 창간하며 영역을 확대했고 70년대 후반 <아르코 미술관>, <샘터사옥>, <경동교회> 등 건축가로서 원숙한 작품을 내놓는데 그중 하나가 자신의 건축사무소와 잡지사 사옥인 <공간사옥>이다.

 

 

공간그룹과 공간 사옥은 김수근 건축가에 이어 장세양 건축가, 이상림 건축가가 차례로 이어서 명맥을 유지했다. 장세양 건축가는 김수근 건축가의 공간 사옥과 이어진 신사옥을 지었고 이상림 건축가는 그 중간에 단층 한옥을 지으며 흔적을 남겼다. 공간그룹은 한국 건축계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로 국내외 수 많은 건축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2013년 1월 끝내 부도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난에 시달렸고 무리하게 뛰어든 해외 시장에서 용역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며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결국 공간그룹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던 ‘공간지’는 CNB 미디어로 보금자리를 옮겼고, 공간건축사무소는 공간사옥을 150억원의 금액으로 ‘아라리오 갤러리’에 매각하기에 이른다. ‘아라리오 갤러리’에 최종 매각되기 전 약 반년간 서울문화재단에 매각하려다 시의회의 반대에 부딪쳐 성사되지 못하거나 현대중공업, 네이버 등에 인수될 뻔 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창일 회장의 컬렉션을 위한 컬렉션, '공간사옥'

 

건축투어 신청자에게 제한적으로 공개됐던 공간사옥 2014년 9월 1일부터 ‘아라리오 인 스페이스’로 대중에게 전면 개방된다. 문화재청에 등록된 김수근 건축가의 공간사옥 구관은 ‘아라리오 뮤지엄’으로, 장세영 건축가의 신관과 이상림 건축가의 한옥은 카페, 베이커리, 레스토랑 등 여섯 개컨 셉의 요식업 브랜드가 들어섰다. 지난 21일 목요일 기자간담회가 있어서 방문한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리뷰를 남긴다.

 

역시 하이라이트는 김창일 회장의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는 ‘아라리오 뮤지엄’이다. 미국의 미술잡지 ‘아트뉴스’의 컴템포러리 아트 컬렉터 부문에 세계 200대 컬럭터로 선정되는 등 화제를 몰고 다닌다. 1981년 MOCA(LA 현대미술관) 전시를 감상 한 후 미술품 수집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1998년 이후 YBAs(Young British Artist : 영국 젊은 작가)그룹과 독일 라이프치히 화파에 주목하면서 서구 현대미술을 수집해 나갔고, 2000년대 초반부터는 중국과 인도, 그리고 동남아의 신진 작가 작품으로 확대해 나갔다. 현재 동서양을 아우르는 약 3,700여 점의 현대미술 컬렉션을 자랑하는 그다. 어마어마하다. 그 중 엄선된 43명 작가의 100여 작품을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선보인다.

 

전시되는 작품의 작가 이름만 들어도 쟁쟁하다. 김구림, 백남준, 마크 퀸, 바바라 크루거, 신디 셔먼, 키스 해링, 트레이시 에민 등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작품 컬렉션부터 작품 설치, 조명의 배치까지 하나하나 직접 관여한 김창일 회장는 전시의 포인트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작품성이 뛰어난 작가를 선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시아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높게 평가하는 듯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글로벌 관점으로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대중과 호흡하는 ‘공간’

 

다시 건축으로 넘어오자면, 한국 현대건축의 상징인 공간사옥이 그의 콜렉션 중 하나로 치부되는 것에 사람들의 시선이 차가웠다.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행이 실제로 만난 김창일 대표는 착했다. 이상림 공간대표에게 150억에 건물을 매입할 당시 건축물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전시 준비를 끝낸 지금의 모습에서도 그 약속을 느낄 수 있었다. 기존 건물에 전시용 조명을 단 것이 전부라 할만큼 원형을 유지하려 노력한 모습이다. 오히려 좋은 건축과 작품을 대중에게 공개했으니 잘 됐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김수근 건축가의 ‘공간’ 사옥은 전시하기에 좋은 공간이 아니다. 한국인의 휴먼스케일을 적용한 공간이라 천정이 낮고 폭이 좁다. 많은 사람이 오가기엔 복잡할 수 있다. 이런 한계를 전략적으로 극복한 점이 눈에 띄었다. 쉽게 볼 수 없는 좋은 작품으로 전시의 질을 높이고 그것에 맞게 입장료도 12,000원으로 비교적 높게 책정했다. 싼 전시로 인해 내부가 복잡할 바예 차라리 즐길 수 있는 사람만 제 값 내고 보면 된다. 가격을 두고 김창일 회장은 앞으로 더 좋은 전시를 약속하기 위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작은 공간이 오밀조밀 붙어있는 듯한 내부 공간은 ‘한 공간에 한 작품’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전시된다. 천정이 높고 비교적 공간이 넓은 아틀리에 공간에는 예외적으로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하나의 주제 아래 전시했다.

 

경제적 성공여부

 

‘아라리오 인 스페이스’의 경제적 성공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경제적으로 성공한다는 뜻은 끊임없이 대중과 호흡한다는 뜻이다. 언제부턴가 고리타분한 한국 건축계의 씁쓸함의 상징이 된듯한 구 ‘공간사옥’이 이야기가 있는 재밌는 건축, 어깨에 힘 빼고 가볍게 시민과 소통하는 공간인 ‘아라리오 인 스페이스’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건축시대의 상징으로 변모했으면 좋겠다. 직접 방문한 ‘아라리오 인 스페이스’는 향기롭고, 맛있고, 즐거운 예술이 있는 곳이었다. 푸근한 인상에 쿨하고 자신감 넘치는 할아버지? 아저씨? 김창일 회장과 닮았다. 함께 사진 찍자는 부탁도 흔쾌히 들어주셨으니, 아주 개인적으로 성공을 기원한다. 아라리오도, 한국 건축도, 시민도 행복해지는 공간으로 오랫동안 남아주길 ^^

 

사진자료 ─ 구체적인 작품 소개 등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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