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 ≪장식≫ 리뷰

2014. 8. 20.


장식은 죄악일까? 많은 모더니스트는 “적을수록 좋다(Less is more)”는 구호를 찬양했지만, 미국의 건축가 로버트 벤투리는 “적은 것은 지루하다(Less is bore)”며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개척했다. 아직도 많은 디자이너는 장식을 미덕으로 삼을지, 죄악으로 삼을지를 두고 고뇌한다. 모더니즘 운동이 한창 일어나던 1920년대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스페인 건축 거장 안토니오 가우디는 장식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가우디의 건축은 기괴하고 아름답다. 건축이 아닌 거대한 조각작품을 대하듯 자유롭다. 그래서 가우디의 건축이 많은 바로셀로나는 가우디 건축의 거대한 미술관으로 불린다. '바르셀로나 가우디투어' 여행상품이 인기다. 도시 일상이 예술로 가득한 것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엘공원, 카사 비센스,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등 독특한 건축언어로 완성된 작품을 거리를 지나며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 있다.


가우디 ≪장식≫ 리뷰

아키트윈스 │ 가우디 지음 │ 이병기 옮김

 

"장식은 어떤 사물에 성격을 부여하기 위한 상당히 본질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시의 운율과 리듬이상의 무엇은 아니다. 구상은 여러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지만, 사고의 충분한 이해를 가로막는 불필요한 액세서리들을 도입하려할 때, 구상은 흐릿해지고 뒤엉키게 된다.어떤 대상이 아름답기 위해 가져야만 하는 제일의 가치는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다." ─ 책 중에서

 

이 책은 대학졸업 직후인 1878년(당시 26세) 가우디의 건축에 대한 고뇌를 담은 ‘장식’이란 제목의 노트에서 발췌한 것이다. 노트기록이니만큼 문맥이 매끄럽지 않거나 글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이책의 진가는 글의 완성도가 아닌 가우디가 남긴 유일한 기록이란 점, 역자가 서문에 밝혔듯 가우디 건축을 이해하는 단초라는 점이다.

고대 건축물의 화려한 장식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그것의 아름다움과 미학적 근원을 파고드는 그의 열정에 빠져들다보면 가우디가 어떻게 거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추적해 볼 수 있다. 젊은 시절의 이러한 열정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확장했을 것이다. 국제주의와 모더니즘 건축이 세계에 만연하기 전 장식이 자유롭게 허락된 마지막 시대를, 마음껏 풍미한 예술가이자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1866~ (c)blog.daum.net/...


구엘공원 1914 (c)57europetravel.blogspot.com


카사밀라 1910 (c)www.ezi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