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B 펭귄 리뷰

2014. 4. 24.

표지사진 출처 www.magazine-b.com


매거진B 펭귄 리뷰


매거진B를 읽은 후 펭귄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가 전에 생각하던 것과 많이 다라졌다. 전의 느낌은 서점에서 지나가며 팽귄 고전문학만 접해서 그런지 몰라도 고지식하다는 이미지, 페르소나를 꼽자면 옆집 푸근한 인상의 할아버지 정도였다. B를 읽고 팽귄의 역사를 이해하고 나니 브랜드가 새롭게 보인다. 요즘처럼 좋은 책을 쉽게 접할 수 있게된 시대야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한 시대가 있었다. 지식은 있는 자들의 특권인 시대가 있었다.


팽귄은 지성의 대중화를 꾀한 혁신적인 브랜드였다. 문고판 페이퍼백을 6펜스(바게뜨 빵 2조각)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선보였던 것이다. 좀 더 피부에 와닿게 이해하자면 당시 팽귄의 혁신은 오늘날 아이폰의 등장과 비슷하지 않을까. 스티브 잡스가 IT업계의 이단아였듯 팽귄의 창업자 앨런 레인도 출판업계의 이단아였다.


"우리는 영국에 양질의 책을 저렴한 가격에 읽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거기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앨런 레인


많은 팽귄의 애독자는 팽귄에 깊은 향수를 갖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팽귄의 책을 접한 후 성장을 팽귄과 함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향수는 팽귄만의 독보적인 표지 레이아웃에 머물었다. 팽귄은 얀치홀트와 같은 스타 편집디자이너를 고용해 레이아웃을 다듬었다. 얀치홀트가 당시 직원 중 가장 많은 돈을 받았다는 것은 디자인에 대한 투자가 컸다는 것을 반증한다.



◀얀치홀트의 표지 레이아웃 연구 ⓒwww.bookpatrol.tumblr.com


책을 3단으로 나누고, Gill Sans 폰트를 사용하고 로고의 위치를 정해두는 것. 장르별 고유 색을 정했다는 것. 지금이야 브랜드 디자인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연구가 활발해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던 것들이지만 당시 그런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정체성이 사람들로하여금 팽귄을 눈에 띄게했고 책의 제목과 작가보다도 먼저 마음을 움직일 수 잇었다.


많은 애독자들은 팽귄이 예전의 정체성을 상실해 가는것을 아쉬워한다. 시간이 흐르고 창업자 레인의 죽음, 피어슨그룹으로의 합병과 같은 일들을 겪으며 브랜드 정체성을 잃어갔다. 팽귄의 브랜드 이미지와 동떨어진 외설적인 작품을 다루거나 책 표지의 통일성을 완전히 해체한 것이다.


2000년 후 팽귄이 본래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본래의 브랜드 정체성을 다시 찾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역시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데이비드 피어슨이다. 일러스트레이션 대신 타이포그래피를 차용해 주목받았고 코팅하지 않은 표지로 특별한 촉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2004년 출간한 '그레이트 아이디어스 총서'는 그가 참여한 프로젝트로 한풀 꺽긴 팽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팽귄을 리뷰하다 보니 너무 이야기가 길어졌다. 팽귄은 "대중이 읽는 값싼 양질의 도서"라는 기획이 좋았고 편집디자인이 활력을 계속해서 불어넣는다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역사의 산 증인인 팽귄은 많은 사람들에게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팽귄을 읽으며 출판사 안그라픽스가 계속 떠오른건 왜일까? 아마 팽귄이라는 브랜드가 나와 큰 인연이 없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팽귄 편을 읽으며 자연스래 나에게 팽귄과 같은 존재는 뭘까? 자문하게 됐는데 안그라픽스가 떠오른 것이다. 안그라픽스는 어느 출판사보다도 균형이 잘 잡힌 출판사라 평소 생각했다. 깔끔한 표지, 종이 재질의 구성, 폰트의 크기, 여백 어느것 하나 만족하지 않는 부분이 없다.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건축, 디자인 분야의 책을 샘과 같이 뿜어내니 좋아할 수 밖에.


내가 나이가 많이 먹고 안그라픽스의 책을 집어들었을 때의 향수가 팽귄의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아무튼 좋은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좋은 책을 만드는 출판사는 좋은 선생님이자 인생의 동반자다. 팽귄이 많은 사람의 가슴속에 러브마크로 자리잡은 것도 독자의 인생에있어 좋은 선생이자 동반자였기 때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