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04] 계획을 세우되, 돌아가는 것도 즐기자.

2014. 2. 5.

계획을 세우되, 돌아가는 것도 즐기자.


초안, 스토리보드, 샷 리스트, 장소 섭외, 리허설 등 영화 제작은 세세한 계획이 필요한 복잡한 여정이다. 이 과정은 너무도 복잡해서 최고로 잘 짠 계획도 완전히 틀어질 수 있다. 그래서 유연해야 한다. 시도하고 실수도 해보자. 배우와 스태프의 예상치 못한 해석에도 여지를 남겨 두자. 의외성을 가능성으로 전환시키자. -영화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중




양말 브랜딩 론칭을 3월로 계획한 후 첫 난관에 봉착했다. 전까지 브랜딩 계획에 따라 거침없이 진행됐다. 회사의 비전과 네이밍, 로고를 디자인하고 우리만의 문화를 세웠다. 그 첫번 째 브랜드인 양말브랜드의 네이밍을 정하고 약 2주간 C.I디자인과 마케팅, 디자인을 동시에 진행해오던 차다. 브랜드 스토리와 양말 디자인에서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브래인 스토밍을 계속해서 진행했지만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 다섯명은 다 다른 생각을 가졌고 각자의 디자인 취향과 만족도도 다랐다. 3월 출고라는 시간에 등떠밀려 꾸역꾸역 진행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오늘 미팅을 통해서 우리가 지금 진행하는 단계가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 디자인안을 보는 날이었다. 우리가 지금 껏 계획했던 것과 막상 디자인에 큰 거리감을 느꼈다.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건지 패닉이 찾아왔다. 누군가는 "우리만의 디자인 프로세스가 명확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말하고,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디자인 프로세스가 무엇인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누군가는 디자인을 푸는 방향을 잘못설정했다고 말했다. 결국 누구의 문제도 아닌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문제였다.


생각해보면 브랜딩 > 마케팅 > 디자인 을 방법론적으로 접근해 그 미로속에 갖힌 기분이다. 브랜딩을 뒤엎는 기발한 아이디어, 마케팅의 개념을 뛰넘는 디자인, 브랜딩의 개념을 포괄하는 마케팅이 있을거라는 가능성을 덮어둔 채 한 계단 한 계단 억지로 오르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른 채 말이다.


우리는 국밥에 술한잔 하며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지난 한 달의 브랜딩 과정은 좋은 경험이었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징검다리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브랜딩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기발한 아이디어에 촛점을 맞춰 마케팅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좋은 아이디어는 브랜딩이 되고 자연스러운 마케팅을 이끌며 확실한 아이덴티티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다.


지금껏 우리가 머리를 모아 진행했던 과정을 꿰뚫는 좋은 아이디어가 번뜩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