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강정 대구현대미술제 '강정간다' 디아크 리뷰

2013. 8. 3.

2013 강정 대구현대미술제에 다녀왔습니다. 강정 대구현대미술제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1970년대에 4년 간 진행됐던 '대구현대미술제'를 계승해 작년 2012년 부터 새롭게 시작된 미술제입니다.

 

1970년대 대구 달성군 강정마을 일원에서 열렸던 대구현대미술제는 최초의 한국현대미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자 집단행위로 평가되는 등 한국 미술사에 있어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한국의 현대미술에 대한 방향이 설정되지 않았던 당시 200명에 달하는 작가들이 강정보 일대 시골에 모여 서로의 작품을 교류했던 것입니다. 


2013/08/08 - [review] - ‘2013 강정 대구현대미술제’ 35년을 거울삼아 한국 현대미술을 만나다


아트토크를 보러가는 길 야외조각 3작품 보고 가겠습니다 ^^

 

 

Please sit down, 이명미

"거대한 의자가 강정에 세워졌다. 앉고 쉴 수 있어야 하는 의자는 앉길 권유하지만 불가능하다. 앉기를 권유하지만 불가능한 의자. 이것은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작가노트)

 

 

 

덥기로 소문난 대구. 디아크 앞 분수광장에서 시원하게 물놀이하는 아이들.

 

 

들판의 □, 박정애

"코뿔소의 형상을 납작한 철판과 입체적인 머리부분을 연결해서 만든 이 조각은 회화적이면서 조각적이기도 하다. 작가는 들판에서 싸우는 코뿔소의 힘과 기개, 그리고 고독한 존재를 강렬하게 부각시킨다."

 

음.. 고독한 존재임은 분명 강하게 느껴지는데 코뿔소의 힘과 기개가 느껴지기엔 너무 귀엽지 않나요? ㅎ 

 

 

 

Castle of Tetris,정은주

"원, 사각형, 삼각형은 그 이름만 들어도 모양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사각형이 주는 조형적인 이미지는 차곡차곡 쌓이면 전혀 다른 모양을 만들어낸다. 단순한 형태의 도형을 조립하고 쌓는 작업을 통해 예상치 못한 모양을 만들어 낸다."

 

기하학이 모여 만들어내는 조형미가 우아한 곡선의 디아크와 대비를 이루며 긴장감을 만들고 있습니다. 나만 그렇게 느낀건가.

 

 

 

이번 미술제는 자연과 삶 그리고 대중과의 소통을 주제로 합니다. 지난 3일 오후 4시 디아크 바이탈룸에서 진행된 아트토크에서 박영택 총 미술감독은 어떻게 기획할 지에 대해 고민했던 이야기 들려주었습니다. "40년 전 당시 집단행위를 했던 작가들을 초청하는 것이나 새로운 작가를 초청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어보였다"며 "현재 왕성히 활동하는 현대미술작가를 초청해 자연과 예술 그리고 대중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고민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기획의도대로 전국에서 모인 27명의 현대미술가들이 자신만의 예술철학으로 자연 그리고 대중과 소통하기위한 작업을 했습니다. 관객은 길을 걸으며 예상치 못하게 조우하는 작품들을 통해 현대미술과 더 깊이 소통할 수 있다는게 그의 생각입니다.

 

 

I meet with stone, 어디서 굴러먹은 돌멩이, 김순임

"여러 곳에서 주워온 돌멩이들이 간직하고 있는 무수한 시간, 사연, 몸에 대한 흔적을 디아크 3층 인공연못 안에 설치하는 작업이다. 작은 돌멩이들의 존재를 생각하게 된다."

 

옥상 테라스에 설치된 작업인데요 작은 돌멩이들의 존재를 생각하게 된다는 말처럼 저 멀리 보이는 드넓은 산에 있을 수많은 돌의 존재감이 새삼 위대하게 느껴졌습니다.

 

 

 

 

낙동강변 문화예술 어울마당이 디아크 실내에서 열리는 모습입니다. 오는 17일까지 매주 토요일 열린다고 하는데요 일정을 체크해 보시고 현대미술제와 함께 관람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층 옥상테라스까지 들리는 너무 시끄러운 국악소리가 좋지많은 않았어요.

 

 

 

이쯤 디아크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야 겠군요.

 

지난해 9월 개관한 디아크(The ARC)는 'Architecture / Artistry of River Culture'의 약자로 '강 문화의 모든 것을 담는 우아하고 기하학적인 건축예술품'이란 뜻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건물은 연면적 3688㎡로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으로 구성돼 있고 지하에서부터 3층까지 흰색에서 딥블루로 인테리어 되어있습니다. 타원을 그리며 위로 계단을 오를수록 물에 들어가는 느낌을 주려 했다고 하네요. 설계는 건축가 하니 라시드(Hani Rashid)가 했습니다.

 

 

 

 

 

강 중심의 문화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4대강 사업과 연계해 건립됐습니다. 내부에 강과 물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교육적인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이 생태계에 좋지 않다는 소식이 들끓는 가운데 많은 아이들이 찾는 이곳에서 제대로된 생태교육을 받고 나갔으면 좋겠네요. 아이러니

 

 

 

개관식이 있던 이날 예보에 없던 비가 갑자기 쏟아져 많은 사람들을 난감캐 했습니다. 3층 파스쿠치에서 일하는 후배에게 간신히 우산을 구해 빠져나갈 수 있었죠! 나가는 길에 몇 작품 더 보겠습니다.

 

Delivered Sky 배송된 하늘, 이태희

"컨테이너 박스 않에 하늘이란 공간을 다아 내면서 누군가에게 배송해주는 듯한 연출이다. 하늘은 다분히 의인화되고 위트를 지닌 존재로 다가온다."

 

아트토크에서 이태희 작가의 작품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었는데요, 작품을 하기 전 이 곳 강정을 찾아와 우연히 땅에 앉아 물을 마시며 하늘을 봤다고 합니다. 땅, 물, 하늘로 대표되는 자연 중 하늘은 유난히 소유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하네요. 특히 구름의 움직임에서 생동감을 강하게 느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강정의 하늘을 카메라로 담고 인간의 숨소리, 기침소리와 합성해 의인화 했고 그것을 관객들에게 콘테이너박스에 포장해 배달한 작품입니다.

 

콘테이너 박스에서 이상한 소리난다고 놀라지들 마세요 ㅋ

 

Weinglas, 구현모

"나무로 만든 가건물 안에 유리에 비치는 물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다. 강정보, 디아크라는 공간과 맞물리는 소재인 물을 활용하여 신비롭고 매혹적인 물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갑자기 비가 오는 관계로 모든 작품을 보지 못했네요. 이 밖에도 많은 작품(26)이 설치되 있으니 안내 팜플릿을 받고 보물찾기 하는 기분으로 현대미술을 감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저는 오늘의 아쉬움을 달래고 영아티스트오픈웍스를 보기 위해 내일 다시 찾으려 합니다. 다들 강정간다와 함께 좋은 주말 보내시길.!

 

아참 이번 현대미술제의 제목인 '강정간다'는 강정출신 시인 장정일의 제목이라고 하네요. 시 한편 읊으며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알고 보면 사람들은 모두 강정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

 

다시 강정의 문 열고 그리운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

 

우리는 이렇게 끈끈한 강바람으로 소리쳐 울어야 하겠지

 

어쨌거나 지금은 행복한 얼굴로 사람들이 모두 강정간다

 

 

장정일 詩 '강정간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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