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차쿠차 대구 #3 : 지역을 재잘거리다

2013. 7. 9.


‘페차쿠차 나이트 대구' 세 번째 행사가 지난 21일 대구 수성구 지산동 BMW 미니라운지에서 열렸다. 2003년 도쿄에서 처음 열리고 2007년 서울에 상륙한 이후 전 세계 600개 이상 도시에서 열리는 이 행사가 대구에선 어떻게 진행됐는지 직접 발표자와 관객으로 참여해 살펴봤다. 문화예술 관련 전문가들이 주로 발표하는 서울과 달리 대구는 일반인의 발표가 많은 것이 특징이었다.
 
행사를 기획한 이우진(건축가, studio(in)flux 대표)과 김정한(인테리어디자이너, design studio goda 대표)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며 “젊은이들이 자기 생각을 표출하고 세대 간 소통의 부재를 극복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 지역에서 대중적인 행사로 자리 잡지 못한 점이 아쉽다. 앞으로 페차쿠차가 지역사회에 어떻게 역할을 해 나갈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100명에 가까운 관객이 찾은 이날 행사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예술가(마테오 베라, 류현민), 원어민교사(스티븐 엘리엇), 건축가(마르티나 군터, 임영희), 대학생(김애란, 박지수, 심명보, 이도현), 군인(잭 비아터, 아이잭 로이쏠드), 캘리그래퍼(김대연) 등 각 분야 10팀이 발표했다. 스티븐 엘리엇(Stephen Elliott)은 자신의 일러스트 작업과 스토리텔링을 한국어로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캘리그래퍼 김대연은 자신이 작업하는 방식을 재치있는 입담으로 발표해 웃음을 자아냈다. 계명대에서 교수로도 재직 중인 마르티나 군터(Martina Guenther)의 대구 시내 한옥에 관한 발표는 사라져가는 지역의 한옥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비전문가인 학생들의 발표는 ‘페챠쿠차 대구’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지역 대학생이 모여 만든 잡지 '모디'의 편집장 김애란(경북대학교 4학년)은 잡지를 기획하게 된 배경과 어려움, 포부에 대해 발표했다. 뒤이어 박지수(한국예술종합대학 4학년)는 디지털 세대를 위한 미래 건축프로젝트를, 심명보(계명대학교 4학년), 이도현(FIT 3학년)은 자신들이 제작한 독립영화와 꿈에 관해 이야기했다. 3부로 나눠 3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는 설치작가 마테오 베라(Matteo Berra)의 작업 소개로 끝났다.
 
20초당 한 슬라이드씩 20장의 슬라이드로 발표한다는 '20X20'이라는 페차쿠차만의 독특한 포맷이다. 하지만 일부 발표자는 20초라는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해 아무 말 없이 다음 슬라이드로 넘어가기만을 기다리는 등 고정된 포맷의 문제점도 보였다. 이우진은 "고정된 포맷을 발표자가 창의적으로 재해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2012년부터 행사를 시작한 도시인 대구는 지방에서 처음 행사가 열렸으며 현재 서울, 대구에 이어 청주에서도 행사를 진행한다. 다음 행사는 9월 20일로 페차쿠차 10주년을 기념하여 전세계 도시에서 릴레이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태호·심명보 10기 학생기자 | 사진 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