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임재양외과 _ 스페이스매거진 기사리뷰

2013. 2. 5.


지난여름 캐나다우드 코리아와 대구 계명대학교 건축학대학이 공동주최한 목구조 워크숍에 학생대표로 참여해 목구조물 ‘비사 파빌리온’을 설계·시공했다. 건축을 공부해 온 이래 설계안을 직접 시공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열정을 갖고 참여했고, 그 결과 2012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준공부문 본상을 수상 해 스스로 매우 자랑스러웠다. 함께 수상한 작품들에는 강희승 건축가의 ‘삼나무 테스트 하우스’, 강한성 건축가의 ‘다락방’ 등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가장 관심 갔던 작품은 조정구 건축가의 ‘대구 임재양 외과’였다. ‘비사 파빌리온’이 목조건축대전 본상 심사를 받던 날, 심사위원들이 대구시내의 다른 작품을 평가하느라 예정시간보다 늦어 도대체 어떤 작품일지 궁금했었는데, 그 작품이 ‘대구 임재양 외과’이다.

지방에서도 좋은 건축 작품을 접해 볼 수 있다는 흥분을 안고 주말을 맞아 곧장 버스를 타고 ‘임재양 외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한집, 한집 건너가 찾은 ‘임재양 외과’는 아쉽게도 문이 닫혀있어 외관만 감상할 수 있었다. 현관 대문 창살 사이로 보이는 건축물은 한적한 주말 오후의 햇살을 따듯하게 담아내는 인간미를 가진 현대식 한옥 작품이었다. 다음에 시간을 내서 꼭 다시 방문하겠다고 다짐했지만, 학기말을 정신없이 보내다 까맣게 잊고 지냈다.



매월 말 서점을 찾아 신간 SPACE 매거진 목차를 보며, 새로운 건축 이슈와 소식을 체크하는 것은 나의 작은 즐거움이다. 2013년 1월호 목록을 보고, 몇 달간 잊고 지낸 나와의 약속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이유는 잡지에 ‘대구 임재양 외과’가 소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건축을 순순하게 열망했던 그때의 자아를 꺼내 한걸음, 한걸음 ‘임재양 외과’를 읽어 내려갔다.

기사를 읽고, 건축가 조정구는 ‘임재양 외과’의 외관에서 느껴졌던 것처럼 균형 감각이 좋은 건축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건축가가 ‘계몽’을 주장하며 사회에 건축 폭력을 행사할 때, 그는 조심스레 건축 과정에 ‘개입’한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건축의 공공적 역할과, 건축주의 사적 욕망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준다. 기존에 떨어져 있던 한옥과 적산가옥이 하나의 컨텍스트로 합쳐지며 나타날 수 있는 정체성의 혼란, 외과 병원과 제빵 실습장이라는 이질적인 프로그램이 하나의 건축물에 속하며 나타날 수 있는 생활의 불편함이 설계를 통해 잘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한옥 자리에 다시 한옥을, 적산가옥 자리에 다시 일식가옥을 재현했고, 적산가옥 2층에 현대식 공간을 올렸다. 일제의 잔재이긴 하지만 우리의 지난 일상을 담으며 엄연히 존재해온 증축된 적산가옥 매스와, 중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한옥 매스사이의 팽팽한 긴장감 그 가체가 이 건축의 정체성이자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이다. 또 한옥의 평면 위에 병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합리적인 동선 배치를 했고, 중정과 적산가옥을 치유장소로 두어 문의 여닫음을 통해 서로 소통하며, 2층 현대식 공간에 제빵실습장을 병원과 분절된 동선으로 계획하여 이질적인 두 프로그램이 하나의 건축에 공존 할 수 있게 하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건축가 조정구는 구가건축사무소를 설립해 ‘우리 삶과 가까운 보편적인 건축’에 주제를 두고 건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건축가로서 자신의 철학을 갖고 진지한 자세로 건축에 임하는 자세는 건축을 공부하는 나에게 큰 교훈이 되었으며, 그의 철학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임재양 외과’를 다시 바라다보며 공간을 찾아가 봐야겠다.

사진출처 : 구기도시건축 (gugaua.cafe24.com)

스페이스매거진 대구 임재양외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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