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퀸즈로드 IKEA 구경하기

2012. 2. 20.


내가 매일 자는 침대는 5살이 되던 1994년 부모님께서 7살이 되던 누나에게 사준 뉴욕침대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는11년 뒤 부터 내가 사용하기 시작했고 대학에 진학해 자취를 시작한 2008년에는 HYUNDAI 1톤 트럭을 타고 구미에서 대구의 새방까지 따라왔다. 군대가던 그해 여름 버릴 작정으로 방에 두고 왔는데 2010년 전역 후 복학하며 아버지 특유의 집념으로 찾아내 극적으로 상봉해 지금에 까지 이른다. 

지금 내가 손끝으로 쉴세없이 누르고 있는 (2008년도에 산 컴퓨터 사은품이었던) LG키보드의 무게를 버티고 있는 촌스럽게 생긴 테이블은 전 방주인이 고맙게도 버리고 간 탓에 묵묵히 사용하고 있으며 이번 겨울 홈플러스에서 산 전기포트기는 가난한 자취생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아름다움을 포기한체 물끌이기에 충실하다.

우리의 심적 안정을 담당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는 이 방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는 반대로 이 방을 가득 체우는가구들과 가전제품들은 그런 대의에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심적 안정을 찾기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이것들을 애착과 함께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사용하는 것 외에는 없는 듯 하다.





한 남자가 여러 여자에게 바람피우는 행위와는 비슷하지만, 그 대상이 여성의 인간이 아닌 감정이 없는 가구일 때에는 심적 불안과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은 (이러한 심리적 위험부담도 없는 동시에 만족감으로 행복해 질 수 있는) 우리를 IKEA로 가게 한다.







입구에서 <"Sharing small space means to show love and respect, to compromise and transform." SMART USE OF YOUR SPACE> 라는 문구는 IKEA사가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가 <똑똑하지 못한 우리 방의 가구들> 때문이란 것을 놀랍게도 이미 알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보여줄 뚜렷한 해결책에 기대하게 한다.




IKEA는 자사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부유하지 못해 넉넉하고 충분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55㎡의 방(방이 2개나 있다)임에도 불구하고 똑똑한 가구덕에 25명이 파티를 열만큼 충분하다는 말도안되는 수사구와 함께 행복해 보이는 사진 속 가족의 사생활을 서슴없이 보여준다.

이곳을 찾은 우리는 안식처에 있는 오래된 가구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나를 위해 얼마나 극적으로 변용될 수 있는지 에 감탄하게 된다.(IKEA의 가구들은 우아함 또한 잃지 않는다.) 가격표가 절대 의식하지 못할 곳에 위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곳에 누워보고 앉아보고 불을 껐다가 켜보기까지 하며 이것들이 자신들의 소유가 되었을 때의 행복한 상상을 한다.













그 상상을 실천에 옮길지 말지의 고뇌는 연필과 종이 줄자를 무료로 제공받는 고마움에 힘입어 은혜를 갚고자하는 착한 마음으로 옮기고야 만다. 여기 까지 오게 되면 사고자 하는 물건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지라도 다른 가치(아름다움, 만족감)에 이끌려 사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막상 계산 순서를 기다리며 이 모든 과정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자본사회의 꼭대기에 서있는 기업가에 의해 조종당하고야 마는 어리석은 소비자임을 깨닫게 된다. 입구에서 부터 계산대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를 쥐었다 놓았다 하던 똑똑하기를 자부하는 재수없는 기업가는 마지막 계산대의 지루한 기다림에서 오는 소비자의 통창력을 방관한 것 같다.


단순히 구경하기로 했던 본연의 마음을 되찾아 쇼핑카트의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고 출구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자본주의 사회로 부터의 어느정도 자유를 찾은 것 같아보인다. IKEA 매장을 한바퀴 구경하고 난 뒤 집에 돌아와 마주한 20년된 침대는 IKEA에서 봤던 똑똑하고 세련되지만 얍삽해 보이는 침대들과는 달리 멍청하지만 착하고 순박해 알수없는 정과 편안함을 느낀다.

가구들의 똑똑하지 못한 구조로 인해 내 생활공간을 빼았고 있기 보단, 고독할 수 밖에 없는 인간에게 추억과 사랑으로 체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마 결혼하기 전까지 약 10년간은 지난 20년간 그랫듯 또 저 뉴욕침대에 누워 내일을 꿈꿀테다.


싱가포르 퀸즈로드 근처 IKEA 매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