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오대산 월정사 성보박물관

2018. 7. 2.

강원도 여행은 처음이다
비록 1박의 짧은 일정이지만,
마음 편하게 쉬다가 왔다.


서울역 플랫폼


서울역 강릉행 KTX


강릉행 KTX에서 먹은 김밥과 커피


목적지는 정선 파크로쉬. 정선은 카지노 얘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별 감흥이 없었으나, 정선 알파인경기장을 끼고 있는 파크로쉬를 인터넷에서 살펴 보니 일상을 떠나 휴식하기 좋겠더라.


진부역에서 내리지 못해 잠시 들린 강릉역


강릉역 앞 택시를 기다리는 여행객들


강릉역사 내부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진부(오대산)역으로 간 뒤 딜카로 예약한 렌터카를 타고 여행할 계획이었다. 호텔에 체크인하기 전에 오대산 월정사와 양떼목장을 둘러보는 일정.


강릉역에서 진부역로 되돌아 가는 길


KTX 직원에게 받은 오승 확인증


KTX에서 잠에서 깨고 보니 창밖이 진부역. 허겁지겁 짐을 챙겨 내리려 했지만 차 문이 닫히고 강릉으로 출발했다. 잠시 멘탈이 무너졌으나, KTX 직원분께서 ‘오승’ 확인증을 끊어주어 추가 운임료 없이 다시 진부역으로 돌아왔다. 덕분에 30분 동안 강릉을 여행했네..


진부역(오대산)에서 반기는 수호랑 반다비


진부역에서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


진부역 KTX와 연계해 예약한 딜카 렌트


붐비던 강릉역과 달리 진부역은 안내 직원 한 명, 택시 한 대만 있을 뿐 조용했다. 주차장에서 렌터카를 픽업하고 월정사로 향했다. 오후 늦게 장마 예보가 있다.


평창 오대산 월정사로 가는 금강교


금강교에서 본 오대천


월정사는 어릴 때 유행했던 RPG 게임, 조선협객전에서 자주 사냥하러 갔던 터라 왠지 익숙했다. 월정사는 국보 팔각 구층석탑과 보물 석조보살좌상이 유명하고, 월정사 주변으로 난 전나무 숲길이 산책하기 좋기로 잘 알려져 있다.


평창 오대산 월정사 설선당에서 올려다본 사찰


평창 오대산 월정사 연등


평창 오대산 월정사 팔각 구층석탑


평창 오대산 월정사 팔각 구층석탑과 석조보살좌상


평창 오대산 월정사 팔각 구층석탑


굵직한 TV 프로그램에도 등장했다. 무한도전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조세호가 묵언 수행을 했던 곳이 월정사 템플스테이였고, 전나무 숲길은 공유와 김고은이 주연한 tvN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였다.


평창 오대산 월정사 적광전 대법당 앞 신발


평창 오대산 월정사


평창 오대산 월정사


대법당에서 스님이 불경을 외는 소리가 사찰에 울려 퍼졌다. 많은 사람이 대법당에 들어 스님을 따라 불경을 함께 읽고 있었다. 평화로운 평일 오후, 사찰을 찾아 부처님 말씀을 되새기는 삶은 어떤 것일까, 잠시 생각했다.


평창 오대산 월정사 팔각 구층석탑


평창 오대산 월정사


6.25 전쟁 1.4 후퇴 때 우리 군이 북한군이 숨어드는 것을 염려해 사찰을 불태우는 청야전술을 펼쳤는데, 월정사도 그때 불태워졌다가 이후 하나씩 재건되었다. 고려시대 지어진 팔각 구층석탑만이 오랜 세월을 가늠케 한다.


평창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 선재길


평창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 선재길


전나무 숲길은 비포장 흙길이라 더욱 아름답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전국 주요 사찰 길을 아스팔트로 덮는 지방도 계획을 펼쳤는데, 월정사는 환경단체와 연대해 폐지를 이끌었다고 한다. 일주문과 월정사 간의 포장도로도 2008년 흙길로 복원하였다고.


평창 오대산 월정사 선재길 금꿩의 다리


평창 오대산 월정사 선재길 눈개승마


평창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 선재길


우여곡절의 이야기가 있는 사찰이라 그런지, 월정사에 마음이 간다.


평창 오대산 월정사 선재길 다리


평창 오대산 국립공원 오대천


평창 오대산 월정사 금강교


평창 오대산 월정사 금강교


전나무 숲길을 걷는데 비가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나무 밑에서 잠시 비를 피했지만, 시간이 지나 그것도 소용이 없어졌다. 하는 수 없이 주차장까지 비를 맞으며 걸었다. 우산 없이 숲길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긋했다.


평창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


평창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


평창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


비를 피해 마음을 추스리고 보니 배고픔 스위치가 켜져 버렸다. 호텔까지 가기 힘들 것 같아서 월정사와 가장 가까운 통일식당을 찾아 산채비빔밥을 배부르게 먹었다. TV에 소개되었다는 현수막이 크게 걸린 게 기억에 남는다.


평창 오대산 월정사 앞 통일식당


평창 오대산 통일식당 산채비빔밥


평창 오대산 통일식당 산채비빔밥


호텔로 가는 길, 오대산을 다 내려올 무렵 왼쪽에 박물관이 보였다. 저곳이 석조보살좌상이 전시되고 있는 월정사 성보 박물관이었다. 공사가 끝난지 얼마 안 되었는지, 주변이 어수선해 문을 열었는지 의문이었다. 전화를 해봤더니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고 하여 비포장 흙 마당에 주차를 하고 거세진 비를 피해 박물관까지 뛰었다.


평창 오대산 월정사 성보박물관


평창 오대산 월정사 성보박물관


평창 오대산 월정사 성보박물관


박물관을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인 공간에 놀랐다. 아무도 없었던 탓도 있겠지만 관람하기도 쾌적했다. 전시품마다 달린 설명문을 천천히 읽으며 불교 문화의 오랜 역사와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월정사 성보박물관 목조문수동자좌상


월정사 성보박물관 회장저고리와 명주적삼


월정사 성보박물관 괘불


월정사 성보박물관


가장 눈여겨본 작품은 역시 석조보살좌상. 월정사에 있던 제작품은 너무 새것인 티가 많이 나서 오래된 팔각 구층석탑과 함께 놓이기에 이질감이 들었다. 전시장에 있는 진품은 오랜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났고, 그 탓인지 미소가 더욱 온화하고 취한 자세에도 기품이 느껴졌다.


월정사 성보박물관 석조보살좌상


월정사 성보박물관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월정사 성보박물관 창밖 비내리는 풍경


기대치 않게 감동한 작품은 탄허 스님의 ‘심심심 心心心’ 이란 글씨. 서체에서 한평생 도를 닦은 스님의 넉넉한 성품과 기개가 느껴지기도 했고, 지금 내가 읽고 있는 ‘경애의 마음’이란 소설과 감상이 겹쳐 감동을 더했다. 탄허가 쓴 심심심의 일부를 옮기면 이렇다.


월정사 성보박물관 탄허 심심심


나는 본래 마음을 찾으려고 했을 뿐 부처를 찾으려고 하지 않았나니,

그것은 삼계가 비어서 사물이 없음을 분명히 알기 때문이네.

만약 부처를 찾고자 한다면 다만 그 마음을 찾을지니, 마음 마음 하는 마음이 곧 부처라네.


월정사 성보박물관 2층 전경


월정사 성보박물관 2층


월정사 성보박물관 백운사 현왕(염라대왕)도


전시장을 빠져나와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간단히 야식거리를 사고 호텔로 향했다. 비 내리는 2차선 산길을 여유롭게 달렸다. 왼쪽에는 두타산과 오대천이, 오른쪽에는 백석산을 끼고 굽이진 아름다운 길이었다. 매끈하게 깔린 아스팔트 위를 시원스레 달리니 일상에 치인 마음에 숨통이 틔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