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쿠다 미쓰요 소설집 평범 / 수많은 가능성이 만든 오늘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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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리를 칠 정도로 평화로운 일상의 연속. 평범한 나날도 매일 반복되면 권태로울 뿐이다. 권태를 떨치기 위해 여행을 하고 쇼핑을 하며 일상에 변화를 줘 보지만, 이마저도 반복되면 평범할 뿐이다.


적절한 때가 되면 하길 바라는 결혼이나 출산과 같은 생애주기 역시 일생의 권태를 크게 흔드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인류가 고안한 고도의 장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간은 죽음이 아닌 권태를 극복하며 살아가는 희귀한 동물인 것 같다.


두려움은 그곳에 있다. 권태로운 인생을 구원하리라 믿고 선택한 그곳에서, 다시 끝없는 권태를 마주한다면… 아마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기분이 아닐까. ‘만약 내가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이라는 후회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가쿠다 미쓰요 소설집 <평범>


가쿠다 미쓰요의 단편 소설집 <평범>에는 유난히 후회 속을 살아가는 중년이 많다. 결혼과 이혼, 불륜과 실연 속에서 어긋난 인생을 붙잡고, 만약에 있을지 모를 반대편의 자신을 막연하게 그리워한다. 작가가 다양한 상황속 인물들을 내세워 입체적으로 말하고자 한 ‘만약’의 일단락은 무엇이었을까.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삶은 모두 특별해 보이지만, 매일 순간을 목도하는 자신의 삶은 그저 평범할 뿐이다. 아무리 비범한 삶을 사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이 보는 매일의 삶은 지극히 평범한 하루하루로 채워진 것이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평범한 삶도 한 발 물러나 바라볼 때 특별함으로 가득한 삶이 된다. 책의 뒤표지에 이런 소개가 실렸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보니 새삼스럽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무수한 만약을 통해
평범한 오늘이 내 인생 가장 특별한 날이 된다!


과거에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진심으로 후회한다면, 그 판단의 기준은 현재 자신의 가치관에 있다. 그러니 후회를 과거의 자신에 묻지 말고 현재의 자신에게 물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만약 있었을지 모를’ 저곳의 자신에게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하다고 여기는 이곳의 자신을 구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출판사에서 소개하길, 작가는 자꾸 뒤돌아보고 싶은 후회와 미련이 남는 삶이라도 지금 우리 앞에 주어진 현실을 꿋꿋하게 잘 버텨 내 주길 바라는 마음에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반짝반짝 빛나는 인생이 되기를, 어떤 큰 변화가 있는 인생이 아니라 아주아주 평범하게 하루하루 살아 주기를 바랐다고 한다.


오늘도 계속되는 평범함이 구질구질하게 느껴져 참을 수 없다면, 만약 속의 또 다른 자신을 그리워하며 후회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수많은 가능성이 만든 기적 같은 오늘의 나를 믿어 보는 건 어떨까. 꿈꾸는 미래를 실행할 수 있는 의지는 만약의 어제가 아닌 평범한 오늘에 주어졌으니까.


대학 졸업 이후 처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세상 모든 책이 내 것인 양 마음이 풍요롭다. 앞으로 더 많은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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