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浮石寺, 건축적 산책

2011. 5. 22.




한국에서 가장 감동적인 건축으로 무얼 꼽을 수 있을까. 난 주저 않고 부석사를 꼽겠다. 부석사엔 뛰어난 목조건물과 건축적 산책로와 시와 역사와 성찰이 있는 곳이다. 

1박2일간 짧은 부석사 여행길에 올랐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부석사 무량수전에 기대어 서서>를 읽으며 그리고 수많은 인문건축서적에서 언급되고 있는 부석사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었다. 나에게 짧은 여행기간이 주어졌고 어느 한곳을 정할 곳 도 없이 부석사로 향할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부석사 종점에서 내려 부석사로 가는 길목에서, 부석사 입간판. 하필 비가 온다고 된 날이었다. 우중충한 날씨 오전 향기로운 흙냄새와 습기가득머금은 공기를 마시며 부석사로 향했다.




부석사 안내도. 이번 페이지에선 매표소를 지나 일주문, 당간지주, 천왕문, 범종각, 안양루, 무량수전 순으로 보도록 하겠다.





매표소가 있는 부석사 입구.




입구를 지나 일주문으로 향하는 은행 가로수 나무 길. 10월 말 가을자락에 꼭 다시한번 오고 싶다. 아마도 현충일이 될런지 모르겠다. 은행나무가 저무는 아름다운 거리를 생각해보며 일주문으로 향했다.




일주문, 기둥을 세워 절 입구를 알린다. 매표소를 지나 정신없이 아름다운 가로수에 정신을 흘기다 일주문을 만나면 비로소 마음을 다시 추수리고 절에 들어갈 마음의 채비를 한다.




보물 255호 부석사 당간지주 이다. 통일신라 시대에 지어졌다. 당간지주는 불교 의식이 있거나 불, 보살등의 공덕을 기리거나 마귀를 물리칠 목적으로 달았던 '당'이라는 깃발을 고정시키기 위한 돌기둥이다. 마귀를 물리칠 목적이 있었다고 하니 괜스래 내 마음속 마귀를 한번 돌아보고 잠시 숨죽이게 된다. 한단계 더 신성해 지는 기분이다.




당간지주를 지나 천왕문으로 향한다. 천왕문은 절의 입구에 있는, 사천왕을 모신 문으로 불법을 지키고 밖에서 오는 사마를 막는다.














감히 사천왕중 한분을 올려본다. 절에 완전히 출입하기 전 마음을 차분히 했는지 마지막 점검해 볼 시간이다. 이곳에서 한참이나 서서 있다가 발길을 돌린다.




천왕문에서 바라본 범종각. 절이 산에 있으니 당연히 계단이 있기 마련이지만 부석사의 산세는 확실히 가파르다. 그래서 한문 한문 지날때 마다 가파른 돌계단이 있고 흙길 또한 가파르다. 천천히 걸어와도 입구에 들어서면 숨을 한번 고르게 된다.

책에선가?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부석사에 오를땐 무량수전에 오르기 전까지 뒤돌아 보지 말것." 이제 대답한다. "힘들어서 돌아볼 여유도 없습니다.." 숨을고르며 다음 범종각으로 향한다.




높이가 200mm가 넘는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다 범종각이 눈에 들어온다.




범종각은 말그대로 범종을 놓은 각이다. 범종은 절에 매달아 놓은 교회로 치면 '종' 같은 것이다. 종을 울려 사람들에게 예배시간을 알리듯 범종은 절에서 북을 울려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당연히 부석사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범종각밑은 낮다. 1800mm정도 되는 것 같다. 아마 예전 신라시대 사람들의 휴먼스케일에 맞춰본다면 딱 이군.




범종각의 법고와 목어. 목어는 배가 비어있는 부분 아래로 내려온 나무 막대기를 앞뒤로 움직여 소리를 낸다. 목어의 소리로 물속의 생명을 깨우는 한편 항상 눈뜨고 있는 물고기의 형상을 통해 흐트러짐 없이 항상 정진할 것을 권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목탄이 이 목어를 소형화한 것이며 전각 처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맑은 소리의 풍경도 물고기의 형상을 빌어 만들어 졌다.

무량수전의 처마에 달린것은 작아서 눈치채지 못할 수 도 있지만, 분명히 물고기 이다. 내마음의 눈도 항상 뜨고있길바란다.





부석사의 절정 무량수전으로 향하는 길을 멈추지 않는다. 범종각을 지나 오르니 안양루와 무량수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무량수전으로 들어가려면 안양루를 지나야 한다. 안양루에 걸린 현판은 무량수전을 향하여 오를땐 '안양루'로 적혀있지만 무량수전에서 내려오며 보이는 곳엔 '안양문'이라 적혀있다. 밑에서 보면 누각이지만 무량수전에서 보면 단층인 하나의 문으로서 인식하는 것이다. 안양루 뿐만아니라 지금껏 내가 오른 문들이 그러했고 부석사 뿐 아니라 다른 사찰도 마찬가지 인 곳이 많다.

무량수전은 '한량없는수명'을 뜻한다. 공덕많은 불자들에게 한량없는 수명이 주어진다면 불교에서 말하는 극락세계이다. 그런의미에서 안양문은 극락을 여는 문이다.

2층 누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부석사 경내의 전각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소백산맥의 연봉들이 펼쳐져 있어 경관이 뛰어나다. 조선 후기의 방랑시인인 김삿갓 김병연을 비롯한 많은 문인들이 안양루에서 바라보는 경치를 노래하는 시를 남겼다고 한다.



무량수전을 향하는 마지막 계단. 신라석등의 기둥이 보인다. 부석사를 하나의 건축적 산책로로 본다면 이사진한장은 절정중의 절정으로 치닫는다.




비로서 무량수전이 시아에 확보되기 시작한다. 사진기술이 좋지 않아 감동을 더 깊이 전하지 못해 아쉽다. 무량수전은 분명 감동적이다. 고古 건축을 잘알진 못한다. 하지만 고요한 돌기반 위에 군더더기 없이 올려진 기둥과 벽체, 그위에 마치 학이 내려 앉은듯 우아한 자태로 고요히 처마가 내려온다. 더욱 학이라고 느낀 것이 기둥 끝자락에서 그것을 지탱하고 잇는 4개의 가늘고 곧게 뻗은 기둥들이 마치 학의 다리를 보는 듯 하기 때문이었다.

처마 밑에는 아까 설명했 든 물고기 모양의 종이 달려 있다.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진 않는다. 다시한번 내 마음이 눈뜨고 있는지 확인해 본다.




무량수전의 모습. 정면으로 다 담지 못해 살짝 빗겨 찍어본다. 절정을 지나 결말. 무량수전은 부석사의 결말이다.




목적지에 다달아 가쁜 숨을 몰아쉰다. 그리고 의식하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는데 그 경치가 압권이다. 아마 이것 때문에 노파심에 "무량수전에 오르기 전 뒤 돌아보지 말라."라고 했나보다. 김삿갓의 시가 절로나올 만하다. 신라시대이 석등 고려시대의 목건축 한국의 낮은 老산들에 둘러쌓인 내 몸뚱이가 한없이 작아지고 절로 겸손해 지는 순간이다. 이런 곳에서 시가 절로 나오려면 인,품성을 얼마나 갈고 닦아야 하나.

이 절경은 이미 끝난 결말에 앵콜공연이라고나 할까. 앵콜이 끝난 뒤에도 기립박수를 치고있다.




부석사 浮뜨다 石돌 돌이 뜬 절이라 하여 부석사라고 이름지어 졌다고 한다. 무량수전 주위를 돌다 마딱들인 이 돌을 보니 머리가 반응하기도 전 첫눈에 저절로 "와, 부석이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 서서




안양루에서 바라본 석등과 무량수전




법종각을 내려오며 바라본 부석사 기둥들이 짜 놓은 픽쳐프레임은 이리보나 저리보나 명화이다.









아침햇살에 비춰본 법종각을 받치고 있는 기둥




이로서 부석사 여행기를 마침






영주 시외버스 터미널에 오후 6시 50분경 도착해 7시 20분 풍기경유 부석사행 막차 시내버스를 (2000원대)타고 부석사로 갔다. 도착하여 짐풀고 여유를 찾으니 9시정도 된 것 같다. 무석사 종점에는 민박집이 많다. 홀로가니 3만원 받으시더라. 산채비빔밥은 7천원인데 일품이다. 가격도 흥정하니 깍아주신다.

부석사 매표소 할아버지께 여쭙니 새벽 해뜨는 것도 볼 수 있으니 이른시각에도 오를 수 있다고 하신다. 성인 1200원 이었다. 나는 7시 쯤 환할 때 올랐다. 부석사를 구석구석 돌고 쉬고 내려오니 11시가 된다. 영주시내행 버스를 타고 시내로와 영주역으로 30분정도 걸었다. 그리고 기차를 타고 돌아왔다.

여행하는분들께 도움이 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