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여행에 두기

2011. 5. 21.


 


1. 홀로 떠나는 여행은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다. 이번 여행이 있기까지 긴 공백이 있었다. 그 공백 만큼 나에 대한 반성도 크고 그 크기만큼 의지도 다진다. 수많은 철학가들은 한평생 자신이 누구인지 탐구했다.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신보다 타인이 날 객관적으로 잘 알고 있을지런지도 모를 일이다.



2. 짜투리 시간이 나면 여행을 떠나려고 노력한다. 꼭 어디 가야할 곳이 있어라기 보다 떠나고 싶어서 갈 곳을 정하는 식이다. 떠나고 싶은 것은 새로운 것들 사이에 나를 두고 객관적으로 마주하고 싶어서 이다.  어쩌면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매너리즘은 항상 같은 풍경에서 훈련된 감각 반응과 함께 자연스레 오는 것일지 모른다. 하루 하루 흘러가는 삶에서 초심을 잃고 타협하고 있다면 여행을 떠나 진실을 마주하자.












3. 개교기념일을 맞아 1박 2일 영주 부석사로 짧은 여행길에 오른다. 이번 학기간 과제, 아르바이트, 신앙, 약속, 스터디 등 내가 벌여놓은 욕심들에 쫓기는 듯 지냈다. 초심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촛불을 보면서도 여유를 갖지 못해 추스릴 수 없었다.


4. 낯선곳에 가면 내 마음은 적응하기 위해 그 어느때 보다 날카롭다. 방향감을 찾고, 먹을거리를 구하다 그것들이 내 마음속에 포근히 자리잡는 순간 날카롭던 마음에 꽃이핀다. 여행을 온 것을 깨닫는 순간이고 나를 마주한 순간이다.

 영주에 도착하니 해가 어둑어둑 지고 있었다. 낯선곳의 어둠은 두려움이 엄습하기 마련이지만 넓게 펼쳐진 산자락의 파노라마는 마치 할머니가 막내손주를 맞이하는 듯 정겹고 포근해 꽤나 편안했다. 부석사 종점으로 향하는 버스는 고향 할머니 댁 가는 향수까지 내뿜었다.















5. 낯선 공간에 가는 것이 나를 객관화 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이라면, 내 짧은 한 생을 긴 역사의 축에 올려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천년 하고도 한세기 전 세워진 무량수전 신라 석등앞에 서서 그 뒤로 끊임없이 펼쳐진 우리 대지와 맞주한다. 마치 내가 하루 종일 내 비누냄새를 쫓아다니던 날파리처럼 초라하게 느껴져 이 짧은 찰나의 인생에서 이 작은 몸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









자투리 시간내어 여행다녀오느라 몸은 고되도 마음은 큰 여유를 찾았다.